[2016] STAY 소보루

2023. 9. 6. 01:32PROJECT/Story

프롤로그
시간의 흔적을 연장하는 리모델링 작업은 즐거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수반합니다.
미지의 불안감이 매력적인 공간으로 변신할때도 있었고, 믿었던 구조체에게 배신 당할때도 있었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나이 먹는 것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나이를 잘 먹어 완숙되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신설되는 공간과 건축어휘가 이전 공간을 배려하고 매개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이질감 없는 공간, 건축이 함께 나이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리모델링의 원칙이자, 설계자의 자세 입니다.

[안채]
[부속채]
[하동가는길]

한옥과 외부환경
우연이라면 우연입니다. 불과 몇달전에 다녀왔던 하동을 다시 방문했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젊은 부부를 위한 삶의 터전을 만들기 위해 방문했습니다.
고즈넉한 풍경위에 자리 잡은 한옥은 마을의 이름처럼 경사지를 따라 자연스레 남향을 바라본 ㄱ자 형태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비교적 작은 3칸으로 구성된 안채와 부속채는 전형적인 농가주택의 풍모를 보여줍니다.
남향으로 펼쳐진 마을, 지붕들의 모습보다 서향으로 펼쳐진 지리산풍경이 제 마음속에, 건축주 마음속에 자리했습니다.
소담스러운 한옥에게 지리산풍경과 함께 하자고 설득했고, 건축주 또한 허락했습니다.
현대적인 생활을 위한 신축과 기존공간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사용합니다.

[지리산]


건축 컨셉
건축주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서울에 위치한 아파트에 대한 기억 이외, 전원생활의 기억은 없습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생소하기만 합니다. 익숙한 것과 낯선것, 그리고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지금 공간에서 구분했습니다. 적극적인 복원과 버리기, 그렇게 정리된 바탕 위에 건축주의 요구조건과 생활을 담았습니다.
부족한 공간은 현재 공간에 대한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건축어휘를 통해 연결하기로 했습니다.

딜레마
건축설계는 저에게 항상 비슷한 딜레마를 전달합니다. 욕심인지, 아니면 더 좋은 공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인지, 사전적 어휘로 정의되지 못하는 경계를 발생합니다. 생활을 바탕으로 하는 기능, 기능보다는 건축적 언어에 충실한 컨셉공간. 하나를 버려야만 취할 수 있는 제로섬게임 같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나로 귀결되는 완숙성이 아직 가 보지 않는 저를 갈등하게 합니다.
하지만 경험이, 그동안 설계한 작업들이 저에게 이야기 합니다. 정답은 서로 다른 자리에, 다른 곳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자리에서 같은 곳을 보고 있다고. 다만 엉뚱한 자리에서 답을 찾고 있을 뿐입니다.

[안채내부]
[안채내부]
[안채내부]
[안채부엌]
[안채부엌]
[안채부엌]
[부속채내부]
[부속채정자]

안채와 부속채
건축주의 안정적인 전원생활을 위한 안채, 현지 관광 및 숙박을 위한 부속채로 구분했습니다. 다른 방향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현재 생활을 담기에 안채의 공간은 부족합니다.
새로운 공간이 덧붙여지는 동시에 이를 연결하는 건축어휘가 삽입되는 안채에는 많은 공정이 새롭게 추가됩니다. 대신 부속채는 현재공간을 유지하는 복원으로 초점을 맞춥니다.
손님에게 특별함은 새로움이 아니라 익숙함, 시간에 대한 향기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각자에게 어울리는 디자인을 입혀줄 생각입니다.

[조닝다이어그램]
[스케치]


안채
건축주에게 꼭 필요한 공간을 먼저 생각합니다. 3가지 공간에서 시작합니다. 주생활공간(공용공간) / 휴식 및 목적공간 / 수면을 포함한 사적인공간.
거주성과 기능성을 고려한 생활공간을 중심으로 기타 공간이 정렬됩니다. 거실과 확장형 주방이 남측에 새롭게 신설되는 동안 기존한옥에 침실과 드레스룸, 그리고 욕실,화장실, 세면대가 신/구를 관통하는 중심축을 따라 배치됩니다. 신/구를 구분하는 동시에 공용공간과 사적인 공간을 구분하는 중심축은 주출입구로 부터 연속되는 동선역활과 지리산풍경을 내부로 차입하는 건축적 경험을 제공하게 됩니다.
3개의 켜; 사적인 공간, 주동선축, 공용공간은 동서방향으로 정렬되어 안정적인 거주공간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아지트
'집에서 가장 많이 정주하는 공간이 어디인가요?' 이 질문이 던지는 화두는 중요합니다. 거주자의 생활형태에 맞춤화된 거주공간을 구현하는 동시에 불필요한 잉여를 없애, 특화된 자신만의 아지트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건축주의 정주공간에 답을 합니다. 3개의 켜를 조정, 3곳의 정주공간을 만듭니다. 정주를 위해 1.숙면을 위한 침실, 2.하루의 스트레스 해소와 휴식을 위한 욕실, 3.생활속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지트를 배치합니다. 특히 거실 서측에 위치한 아지트는 지리산풍경을 담는 전창과 낮은 벤치로 디자인하여 코지한 분위기가 연출되도록 했습니다. 독서, 간단한 작업, 이야기, 풍경감상, 사색을 위한 묵상 이밖에 다양한 활동을 제공할 것입니다. 정주공간을 따라 목적공간을 함께 배치됩니다.


부속채
게스트를 위한 숙박의 공간으로 한옥을 복원하는 것이 맞습니다. 복원에 초점을 둔 공간은 아궁이와 구들을 이용한 바닥난방을 재 사용합니다. 두개의 출입문 중 하나는 지금처럼 사용되며, 다른 하나는 외부와 내부의 시선을 연결하는 창으로 변경됩니다. 마을풍경과 지리산풍경을 담는 정자 또한 지금처럼 사용됩니다.
정자 아래, 소를 키웠던 헛간은 건축주를 위한 작업실로 사용하기 위해 구조보강과 시멘트블럭 벽체가 생성됩니다.

시작을 위한 시작
지금보다 5년후가 기대됩니다. 그보다 10년후가 더 기대됩니다. 70년이상 시간이 새겨진 한옥과 새롭게 자리한 건축이 어떻게 늙어갈지, 매우 궁금합니다.

 

틔움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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